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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의 굽신굽신 졸라가며 겨우 식사자리를 함께 하게 된 그 사람.
마지막 만난 것이 언제인지 가물가물 하지만 온라인에서 인사는 가끔 하던 사이라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.
내심 요즘 근황이 궁금하기도 하고 신세진 부분도 있어서 한번 보려고 했는데 결혼하더니
회사, 집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.

"할 얘기는 참 많죠. 근데 아는게 많아질수록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더군요.
정말 '모르는게 약이다'가 딱 맞는 말인 것 같아요..."

식사 주문을 하고 이런저런 안부 끝에 본론을 들어가니 바로 방어모드다. 가끔은 역공도 들어왔다.
얼마전 그의 트위터에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글이 뇌리를 스친다.
결국 술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소주를 더 시켰다.


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혀의 무게가 좀 가벼워지자 어떤 부분을 조심스러워 하는지는 감이 왔다.
핵심은 계속 피해가길래 조각들을 모아봤지만 큰 그림이 안그려진다. 
온라인에서 받은 '철저함'이라는 느낌은 실제였다. 술도 주당급.

학연, 지연 모두 없는 사람이라 철판 깔고 들이댈 요소도 마땅히 없고 그러다보니 압박의 수위조절이 조심스러웠다.
길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화제를 좀 더 가벼운 쪽으로 돌렸다. 제시어는 결혼, 유부남, 쥬니어...
그의 고민들을 내 인생쌀밥에 적절한 반찬으로 조리해주니 호형호제로 마무리 되었다.


그 사람도 과거의 지구를 구할 청년에서 이제는 훈훈한 아저씨 느낌이 났다.
하지만 이바닥 특징은 외모로는 알 수 없다는 것. 늘 그의 말이 결국 맞거나 대세였기에 오늘 나온 말들을 곱씹었다.
트위터였으면 대박 RT 감들도 많았지만 이건 그와의 NDA다.

지쳐서 놓고 싶어도 이런 소통 후엔 늘 힘이 솟는다. 그게 이바닥 매력인가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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